일본 CASA, 원전 없이도 온실가스 25% 감축 가능

후쿠시마 사태는 일본의 ‘원자력 안전 신화’가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지난해 6월만 해도 일본 정부는 ‘에너지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원전을 2020년까지 9기, 2030년까지 14기 이상 짓겠다는 꿈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후쿠시마 이후 그 꿈은 깨진지 오래다. 지난 19일에는 “원전은 그만”을 외치는 시민 수만 명이 도쿄 도심을 가득 메웠다. 원전 불감증에 갇혀 있던 대다수 일본인들은 이제 원전에 작별을 고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전의 단계적 폐쇄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시민과학자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탈 원전 시나리오를 발표한 일본의 ‘대기와 지구를 구하기 위한 시민 동맹(Citizens’ Alliance for Saving the Atmosphere and the Earth, CASA)이 대표적이다. CASA는 1988년 변호사, 연구자, 시민들이 설립해 대기오염, 기후변화, 오존층 파괴, 산성비 문제의 해결을 위해 활동해온 환경단체다. 전국적으로 약 50개의 단체와 500여 명의 시민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으며, 최근에는 기후변화 이슈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01년 우리말로 번역 출간된 ‘지구온난화를 막는 생활의 지혜’를 저술한 단체이기도 하다.

CASA의 시나리오는 (1) 후쿠시마 10기, 하마오카 3기 및 건설된 지 30년 이상 된 오래된 원전의 즉각적인 폐쇄, (2) 그 외 원전도 30년 운전 후 폐쇄, (3) 새로운 원전은 건설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기초로 작성되었다. 다시 말해서 2030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쇄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이번에 발표된 CASA 보고서의 결론은, 원전에 의존하지 않고도 2020년까지 25.2%의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현재의 에너지 시스템을 천연가스와 재생가능에너지 중심으로 바꾸고 에너지 절약기술을 과감하게 도입하게 되면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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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일본의 전력 생산 현황과 전망

– BaU case: 1990년 대비 16.2% 온실가스 배출 증가

– Carbon Tax case: 탄소 1톤 1만엔, 이산화탄소 1톤 2,727엔, 휘발유 가격에 추가로 리터당 7엔의 탄소세를 부과할 경우의 시나리오로 1990년 대비 7.9% 온실가스 배출 증가,

– CASA Tech case: 천연가스 발전소와 재생가능에너지로 원자력 대체 시나리오. 25.2% 감축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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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2020년 CO2 배출 전망

주목할 만한 것은 거시경제 차원에서는 탈 원전의 부정적인 영향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기존 배출전망치(BaU) 시나리오와 비교했을 때 산업 분야에는 미미한 수준의 생산량 감소가 예상된다. 하지만 2020년 실물 GDP는 기존 시나리오의 675.2조 엔보다 약간 많은 676.1조 엔으로 전망됨으로서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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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CASA 2020 모델의 온실가스 감축과 GDP 성장 전망 (파란색 온실가스, 빨간색 GDP)

보고서에 따르면, 재생가능에너지를 빠르게 확대하기 위해서는 특히 발전차액지원제도( Feed-in-Tariff, FIT)의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이런 지적과는 정반대로 우리나라는 올해 말까지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시행한 후 내년부터는 재생가능에너지의무할당제(Renewable Portfolio Standard, RPS)로 전환할 계획이다). 또한 시민들이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꼼꼼히 살펴보고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일본 정부의 에너지정책은 여전히 정계와 관료사회, 전력업계에 포진한 소수의 원전추진파들에 의해 밀실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CASA는 지난 1997년부터 상향식(bottom-up) 방식으로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를 작성해 발표해오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CASA 2020 모델”은 2020년을 목표년도로 하는 온실가스 감축 시나리오로서 지난 해 5월 첫 버전이 발표된 이래, 올해 3월 두 번째 버전에 이어 발표된 세 번째 버전이다(기후변화행동연구소 염광희 해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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