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발전과 거리가 먼 IPCC의 1.5 °C 온난화 특별보고서

지속가능발전과 거리가 먼 IPCC의 1.5 °C 온난화 특별보고서

원자핵에너지 의존보다는 에너지 수요 저감 방안을 찾아야

지난 10월 8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가 인천 송도에서 1.5 °C 온난화 특별보고서[1](약어: SR15)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세계가 지금과 같은 온실가스 배출 추세를 포기하지 않으면 2030~2052년 사이에 전 지구 평균표면온도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서 1.5 °C 상승할 것(66% 이상의 확률)이라고 예측한다. 현재의 온난화 수준(산업화 이후 1.0 °C 상승)에 이르는 데 150~200년이 걸린 것을 생각하면 0.5 °C가 더 오르는 데 짧으면 12년, 길어도 35년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말이므로 그 속도가 엄청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IPCC의 제5차 평가보고서(AR5, 2013~2014년 발간)까지는 전 지구가 2.0 °C 온난화를 막지 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맞게 된다고 경고해 왔었는데, SR15는 1.5 °C 상승 또한 인간과 자연에 상당한 피해를 끼칠 것을 보여주고 있다.

AR5가 전 지구 평균표면온도의 2.0 °C 초과 상승을 막기 위한 대책(‘완화’로 번역되는 mitigation 방안)을 제시했다면, SR15는 1.5 °C 초과 상승을 막기 위한 대책을 제시한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2030년(불과 12년 후)까지 인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수준에 비교해서 45% 감축하고,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토막설명]의 ‘순배출제로’ 참고). 그래서 AR5가 공개되었던 4~5년 전에는 비전문가에게 ‘미래의 기술’ 정도로 받아들여졌던 탄소포집저장 연계 바이오에너지(Bioenergy with Carbon Capture and Storage, BECCS)나 이산화탄소흡수(Carbon Dioxide Removal, CDR)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 등, SR15는 AR5보다 더 강력하고 사회와 기술의 한계선을 시험하는 적극적인 방안들을 담고 있다.

그런데 SR15와 AR5의 가장 큰 차이점은 다른 곳에 있다. AR5가 발표된 후인 2015년에 국제연합(UN) 회원국들이 채택한 “세상을 변모시키는 2030 지속가능발전 어젠다[2]”에 수록된, 17개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를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SR15의 정식 제목에서 이 보고서가 지속가능발전과 빈곤퇴치를 위한 전 지구적 대응을 강화하는 맥락에서 준비되었다고 명시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렇다면 SR15는 SDGs를 지지하고 있을까? 정량적으로 보면 대체로 그렇다. 기상청에서 펴낸 SR15의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본’의 우리말 번역문[3]에 따르면, 지구온난화 1.5 °C 경로는 SDG3(건강한 삶), SDG7(청정에너지), SDG11(도시 및 지역사회), SDG12(책임감 있는 소비와 생산), SDG14(해양)와 확고한 시너지를 보여주지만, 일부 1.5 °C 경로는 신중히 관리하지 않으면 기후변화 완화 노력이 SDG1(빈곤), SDG2(기아), SDG6(물), SDG7(에너지 접근)와 상충 효과를 일으키리라 예측한다.

여기서 말하는 1.5 °C 경로는 SR15에서 대표적으로 네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P1은 BECCS를 쓰지 않고 지구온난화를 1.5 °C 이내로 억제하고, P2~P4는 BECCS의 도입 수준을 단계적으로 높이면서 1.5 °C 초과 상승을 막는 경로다[4]. 특별보고서의 4개 경로에 2010년 에너지 공급 통계를 대입하여 에너지원별 공급량을 추산하면 다음과 같다.

표 A:    네 가지 1.5 °C 경로에 따른 에너지원별 2050년 일차에너지 공급량(Mtoe)[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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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2010년 일차에너지 공급량 출처 = IEA, 2012.

그런데 네 가지 경로가 모두 원자핵에너지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기 위해 화석연료(석탄, 석유, 천연가스) 소비량이 극단적으로 줄어들게 된다는 예측은 이해가 가지만, 원자력이 일차에너지의 11~27%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아래 표).

표 B:    네 가지 1.5 °C 경로에 따른 에너지원별 2050년 일차에너지 공급량 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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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원자핵에너지 편중은 IPCC 과학자들이 SDGs와의 시너지를 도모하지 않고 단순히 기술적인 연관관계 분석에 치중하지 않았나 하는 걱정을 불러일으킨다. 네 가지 경로는 온난화를 1.5 °C 이내로 억제하려면 2050년까지 원자핵에너지 공급량을 2010년과 비교해서 2~6배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아래의 표).

표 C:    네 가지 1.5 °C 경로에 따른 에너지원별 2050년 일차에너지 공급량 변화(2010년 수준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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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Gs는 빈곤 퇴치, 형평을 고려한 발전 등이 핵심이다. BECCS도 형평이 부족하겠지만 BECCS 관련 기술은 개발도상국은커녕 선진국에서도 아직 거의 현실화하지 않았다. 그러나 원자핵에너지 기술은 OECD회원국과 중국 등의 강대국들이 이미 수십 년째 개발, 사용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방사성폐기물도 처분방안이 불확실한 채로 대부분 원자력발전소 부지 안에 쌓이고 있다. 선진국, 강대국만의 소유물인 원자핵에너지 기술이 SDGs와 양립할 수 있을까?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1986년)와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노심용융 사고(2011년) 등에서 보듯이, 원자핵에너지는 사고가 일어나면 온실가스 배출량누적과 마찬가지로 국제적, 심지어 전 지구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환경·건강 문제를 피할 수 없다.

개발도상국으로서는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원자핵에너지는 누가 확장할 수 있을까? 적어도 유럽 사람들은원하지 않는다. 유럽 주민의 44%는 미래 발전원으로 원자핵에너지는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심지어 석탄 발전보다 원자력에 대한 거부감이 더 크다(아래 그림). 원자력 발전소를 허용하더라도 소량만공급하기를 원하는 응답자까지 합하면 원자핵에너지의 확대를 원하지 않는 유럽 주민은 65% 정도에 이른다. IPCC에서 기후변화 경로를 모의하는 데 쓴 6개 통합평가모형(Integrated Assessment Models, IAMs)인 AIM(일본), GCAM(미국), IMAGE(네덜란드), MESSAGE-GLOBIOM(오스트리아), REMIND-MAgPIE(독일), WITCH(이탈리아) 중 4개를 보유하고 있는 유럽의 주민들은 도리어 원자핵에너지를 지지하지 않는 것이다. 모형 개발자들의 모국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 에너지원을 2~6배 확대해야 한다는 권고안이 나왔다면, 다른 나라, 다른 대륙에 원자력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라는 이야기로밖에들리지 않는다. 미국과 함께 지구 온난화의 역사적 책임이 가장 큰 유럽이 다른 지역에 그 해결을 위해 다른 대륙에 원자력발전소를 더 지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SDGs의 목표인 형평 추구와는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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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A: 유럽연합 28개국 및 EFTA 국가(스위스, 노르웨이, 리히텐슈타인, 아이슬란드) 국민의 발전원 선호(Poortinga et al., 2018).

그렇다면 해법은 없을까?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세계에서 제일 유능한 IAM 개발자들의 6가지 프로그램으로는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다른 방법을 찾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말 인류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면 SDGs와 양립하는 특단의 대책이 있을 수도 있다.

SR15 발표 전에 발표된 보고서나 논문들은 여전히 원자핵에너지의 상당한 공급 증가에 의존하지 않고도전 세계가 1.5 °C 경로를 실현할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예를 들어, Rogelj 등(2018)은 지난봄에, 세계가 모든 부문·지역에서 ‘인지된 환경 경계’를 존중하고 포용적인 발전을 강조하면서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이동하는 ‘지속가능한 녹색진로’(즉, 5가지 ‘공동 사회·경제 경로[6]’ 중 첫 번째인 SSP1)를 따른다면 원자핵에너지는 증가할 필요가 없다는 예측 결과를 제시했었다.

결론적으로 말해 1.5 °C 경로(IPCC가 4가지 경로 중 어느 것도 아닐 수 있다)를 따르면서도 원자핵에너지 의존을 줄이는 핵심 방안은, 첫째, 에너지 수요의 절감이다. 특히 최종에너지 수요 절감 방법들은 먼데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집과 일터의 에너지 소비 행태를 바꾸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아래의 표는Grubler 등(2018)이, BECCS를 도입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원자핵에너지의 비중도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수력보다 적게 유지하면서 1.5 °C 경로를 만족할 수 있는 최종에너지 소비 절감 목표를 정리한 것이다. 특히, 표를 자세히 보면 선진국 국민들(2020년 대비 2050년에 53 % 절감)이 개발도상국 국민들(2020년 대비 2050년에 32 % 절감)과 비교해서 현 수준보다 더 에너지 소비량을 줄여야 한다는 것도 알수 있다. 다만, 우리나라는 이제 앞으로 30년 동안 최종에너지 소비를 53%‘선진국’에 포함된다는 사실을잊으면 안 되겠다.

표 D:    1.5 °C 경로를 만족하는 저에너지 수요 경로의 최종에너지 수요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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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방안이 이뤄졌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 원자핵에너지 의존을 줄이는 두 번째핵심 방안은 재생에너지의 폭발적인 확대 도입이다. 최근의 또 다른 연구는, 전 세계의 총에너지 수요가 감소하면, 어렵기는 하더라도 원자핵에너지에 대한 의존을 크게 증대하지 않으면서도 태양광과 풍력의 강력한 성장을 통해 지속가능한 에너지전환을 이루는 경로가 없지 않다고 분석한다(Huppmann et al., 2018). 재생에너지 성장의전제조건을 만족하기 위해 2020년에는 일차에너지 수요의 정점을 찍고 그 뒤로는 정점의 절반 정도에 이를 때까지 에너지 소비량을 줄여가야 하므로, 절대로 쉬운 목표는 아니다. 그러나 1.5 °C 혹은 2.0 °C 지구온난화가 정말 우리가 넘어서는 안 될 선이라면, 어렵더라도 그 길을 가야 한다. 발상의 전환이 있다면재생에너지의 폭발적인 확산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앞서 소개한 1.5 °C 경로 중 P2 경로(표 C 참고)만해도 IPCC의 과학자들은 바이오에너지를 제외한 재생에너지의 전 세계 공급량이 2050년까지 2010년 수준의 14배(1427%)로 증가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번 IPCC 특별보고서는 그런 점에서 실망스럽다. 사회적, 경제적, 기술적 경향이 과거 양상과 뚜렷하게는 다르지 않아서 소득 불평등이나 사회적·환경적 변화에 대한 취약성이 여전한 중도 진로(즉, SSP2)를따르거나, 화석연료에 의존한 자원·에너지 집약적인 생활 방식이 빠른 기술 진보와 세계 시장 통합이 가져오는 고성장 진로(즉, SSP5)를 걷게 된다면, 인류가 ‘이론적으로나마’ 기댈 수 있는 기후변화 완화 방법은 원자핵에너지나 BECCS 등과 같은 논란 많은 기술만 남게 되는 것이다.

  • 참고문헌

Grubler, A., Wilson, C., Bento, N., Boza-Kiss, B., Krey, V., McCollum, D. L., . . . Valin, H. (2018). A low energy demand scenario for meeting the 1.5 °C target and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without negative emission technologies. Nature Energy3(6), 515-527.

Huppmann, D., Rogelj, J., Kriegler, E., Krey, V., & Riahi, K. (2018). A new scenario resource for integrated 1.5 °C research. Nature Climate Change (In Press). doi:10.1038/s41558-018-0317-4

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 (2012). Key World Energy Statistics 2012. Paris, France: International Energy Agency.

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 (2017). Energy Technology Perspectives 2017: Catalysing Energy Technology Transformations. Paris, France: IEA Publications.

Poortinga, W., Fisher, S., Böhm, G., Steg, L., Whitmarsh, L., & Ogunbode, C. (2018). European Attitudes to Climate Change and Energy: Topline Results from Round 8 of the European Social Survey. London, UK: European Social Survey (ESS) European Research Infrastructure Consortium (ERIC).

Rogelj, J., Popp, A., Calvin, K. V., Luderer, G., Emmerling, J., Gernaat, D., . . . Tavoni, M. (2018). Scenarios towards limiting global mean temperature increase below 1.5 °C. Nature Climate Change8, 325–332.

[1] https://www.ipcc.ch/report/sr15/; 정식 제목은 “Global Warming of 1.5 °Can IPCC special report on the impacts of global warming of 1.5 °C above pre-industrial levels and related global greenhouse gas emission pathways, in the context of strengthening the global response to the threat of climate change, sustainable development, and efforts to eradicate poverty”이고, IPCC에서는 긴 제목을 줄여서 SR15라고 부르기도 한다.

[2] “Transforming Our World: The 2030 Agenda for Sustainable Development”

[3] http://www.kma.go.kr/notify/press/kma_list.jsp?bid=press&mode=view&num=1193614

[4] 일시적인 1.5 °C 초과(overshoot)는 허용하지만, 늦어도 21세기말까지는 1.5 °C 이하로 회복하는 것을 가정하고 있다.

[5] 백만 석유환산톤

[6] 5가지 SSP의 설명은 http://climateaction.re.kr/index.php?mid=news01&document_srl=174517 을 참고.

 

박훈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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